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 2023
출연 안효섭, 전여빈, 강훈 외
장르 로맨스, 미스터리
에피소드 수 12
시청 등급 15세 이상
개인적으로 대만 드라마 특유의 유치한 느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상견니'는 나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에 놀라기도 했는데요. 특히, 리쯔웨이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드라마 이전의 장면들이 다 떠오르면서 엄청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허광한' 대만 배우도 덕분에 한국에서 인기가 정말 많아졌죠. 허광한을 '아시아의 첫사랑'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얼굴만 봐도 납득 가능합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정말 많은 인기를 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2023년에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오게 됐는데요. 제목은 '너의 시간 속으로'이며 원작에 비해 짧은 12부작으로, 원작 재밌게 보신 분들은 대만 드라마가 어떻게 한국스럽게 변했을지 찾아보는 재미로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줄거리
2023년, 밝은 성격의 평범해 보이는 회사원 한준희. 사실은 1년 전 비행기 사고로 사랑하던 남자친구 구연준을 잃고 아직 그를 잊지 못한 채 밝은 척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매년 연준과 함께 보내던 생일을 이제는 혼자 보내야 하는 준희는 연준과의 추억이 있는 식당으로 가 밥을 먹는데요. 그런 준희 앞으로 누군가가 고등학생 세명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 한 장을 보냅니다. 연준과 똑같이 생긴 남학생 옆에는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여학생이 서 있었는데요. 이를 이상하게 여긴 준희는 사진 속 보이는 장소로 찾아가 보지만,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던 길, 준희는 연준과 닮았지만 허름한 행색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리는 한 남자를 목격하고는 그를 쫓아가지만 결국 놓치고 맙니다.
한편 1998년,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시헌과 인규. 귀 한쪽이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니던 인규는 어릴 때부터 놀림을 받곤 했는데, 시헌은 그런 인규에게 편견 없이 다가갔고 그 후로 둘은 친구가 되었죠. 인규는 과거의 자신처럼 친구 없이 소심한 성격의 같은 반 여학생 민주를 홀로 짝사랑하고 있었는데요. 시헌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민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인규를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남동생만 챙기는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는 법을 모르고 자랐던 민주는 그렇게 처음으로 두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그리고 민주는 자기와는 다르게 항상 밝고 당당한 시헌을 좋아하고 있었죠.
다시 2023년으로 돌아와, 준희는 그날 닫혀있었던 카페로 다시 찾아가 봅니다. 그 카페의 사장님은 준희가 받은 사진 속 여학생인 권민주의 삼촌이었는데요. 준희는 연준처럼 보이는 남학생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장님께 민주의 연락처를 요청하지만, 민주가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결말 포함 주관적인 리뷰
리메이크판이다 보니 보면서 자꾸만 원작과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원작인 상견니는 21부작으로 한국판 회차의 거의 1.5배인데요. 그러다 보니 스토리가 한국판보다 더 자세하고 섬세합니다. 스토리 전개도 너무 빠르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초반 부분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드라마를 끝까지 봤을 때 더 감동적이고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은, 스토리가 더 세세하고 인물 간의 서사도 더 촘촘한 상견니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시헌이 사실 연준이며, 민주를 만나 사랑하기 위해 그 모든 일을 감내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는 것이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인데, 그 감동이 한국판에서는 좀 약하게 느껴지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봤을 때는 전개도 빠르고 스토리도 간략해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작 '상견니'에 열광한 이유는 물론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때문도 있지만, 그런 스토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드라마의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대만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 청량함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줬죠. 허광한 배우의 장난기 넘치는 미소와 풋풋함이 그런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그런 청량미가 다 빠지고, 고등학생의 유치하고 풋풋한 사랑보다는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이 강했는데요. 한국판 남시헌의 캐릭터가 원작 리쯔웨이보다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그려진 탓에 원작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빠져 밍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시현의 머리 스타일도 앞머리를 거의 눈이 찔릴 것 같이 덮어놔서 너무 답답하고, 색감도 빛바랜 따뜻한 느낌인데 묘하게 텁텁했어요. 한국판에 출연한 세 배우들도 연기들은 다 잘하셨지만, 세 명이 함께 있을 때 왠지 잘 어울리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원작보다 전개가 친절하여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고, 또 다른 느낌으로 좋아하던 드라마를 다시 즐길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결론은 이 드라마 보면 다시 상견니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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